시드니한달살기 첫날 – 공항에서 센트럴까지

시드니 한달살기 첫날.
우리는 한국의 겨울을 뒤로하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따뜻한 나라 호주에 도착했다.
젯스타를 타고 네 식구가 함께 떠난 여행.

비행기 안은 생각보다 더 좁고, 불편했다.
기내식을 먹고,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보려 했지만
허리 통증은 금세 찾아왔고
가뜩이나 잠들기 어려운 좌석에서는
시간이 잘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루해하며 “언제 도착해?” 하고 몇 번이고 물었고
나와 남편은 차분하게 달래면서도
속으로는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시드니 공항.
시차 때문인지 몸은 천근만근,
입국심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맑고 쨍한 햇살과 이국적인 공기가
우리 얼굴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와, 진짜 여름이야!”
첫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엄마, 나 더워!” 하고 둘째가 웃으며 말했다.
공항 로비에서부터 시작된 이 여름은
서울의 차가운 공기와는 너무도 달랐다.
디디(DiDi) 앱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버를 불렀고,
짐이 많아서 대형 차량을 선택해야 했다.
차에 올라탄 아이들은 곧바로 잠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기 봐, 나무 이상하게 생겼어!”
“건물 너무 예쁘다. 영화 같아.”
아이들은 신기한 듯 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낯선 도시의 풍경을 음미하듯 바라봤다.
남편은 조용히, “도시가 되게 정돈되어 보인다,”고 말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색감도 다르고, 하늘이 너무 파래.”
우버 기사님은 가끔 뒤를 돌아보며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요,”
“센트럴 쪽에 있는 박물관도 가보세요,” 하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그 말투와 미소조차 우리에겐 이국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첫날 묵은 숙소는
시드니 YHA 센트럴 호스텔.
공용 주방과 라운지가 있는
4인실 도미토리 같은 구조였다.
2층 침대 두 개, 작지만 오붓한 공간.
기숙사처럼 옹기종기 모여 지낸 이틀 동안
우리는 한 가족으로서 더 가까워졌다.
첫날의 저녁은 공용 주방에서 끓인 라면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김치를 꺼내 먹으며
다른 여행자들이 각자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누군가는 혼자, 누군가는 커플,
누군가는 아예 서서 요리하며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엄마, 우리도 내일 요리해 먹어보자.”
아이들은 이 새로운 생활 공간에 금세 적응했고
그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고마웠다.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리듬.
‘내일부터는 조금 더 여유롭게 시드니를 걸을 수 있겠지.’
그날 밤 우리는 그렇게 기대와 함께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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