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어학원 등록 ,어학원부도 소식부터 현지 등록까지


아이들 어학원을 찾아 시드니 골목을 헤매던 날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건 단연 아이들 어학원이었다.
아이들 둘 다 꼭 어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언어도 배우고, 또래 친구들도 사귀고 싶다고.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어학원을 알아보고 등록까지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어학원이 부도 소식과 함께 문을 닫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등록했던 사람들 중엔 환불도 못 받은 경우가 있었고, 일부는 다른 어학원으로 인계돼 수업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시드니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체인을 둔 큰 규모의 어학원이었기에 더 충격이었다.
심지어 문 닫기 전날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도 있었다니, 황당하고 씁쓸했다.
시드니 관련 카페를 샅샅이 뒤지며 다시 어학원 정보를 찾고,
이전에 메일을 주고받던 담당자에게 연락했더니,
그분도 다른 어학원으로 옮겼다며 그쪽으로 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 시점에 남편이 회사일로 시드니에 같이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어학원까지 취소되면 나 혼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나 싶어 마음이 꽤 복잡했다.
유명한 어학원이 문을 닫은 후 다른 학원을 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한 어학원
고민 끝에 다행히 남편도 함께 시드니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어학원은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몇 군데 유학원에 전화를 해봤는데 추천하는 어학원이 몇개 없기도 했고,미리 돈을 지불해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시드니에 가서 직접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미리 등록해놨는데 또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구글지도를 열고 시드니 내의 주니어어학원을 검색해보았다. 에어비앤비까지의 거리와 환경체크까지 하다보니 시드니 시내를 몇 번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평점도 읽어보고 시설들 사진도 찾아보고 몇 개의 어학원에 메일을 보내서 날짜가 맞는 곳을 두 군데 정도 찾아놨다.
미리 알아둔 어학원의 홈페이지와 담당자와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곳인지 확인했고 특히인스타그램으로 몇일 간격으로 사진이 올라오고 활동이 활발한 곳인지 체크를 하고있었다. 인스타그램디엠도 보내서 중복 체크해보기도했지만 대부분 이메일로 다시 문의 하라는 대답이었다. 이메일로 모든 정보가 주어지고 소통을 하는 분위기였다.
열심히 찾아보던 중 예전에 한 유학원 대표님과 통화를 하며 들었던 말도 떠올랐다.
요즘 시드니는 생활비와 세금이 비싸고, 유학/이민 정책이 바뀌면서 학생 수가 줄어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원들도 많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겉으로만 활발해 보이는 곳보다는 지속적으로 활동을 보여주는 곳을 한 달 넘게 관찰해왔다.
우리는 관광보다도 어학원 결정이 먼저였기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학원을 찾았다.
무작정 찾아가 인사를 반갑게 하고 마케팅 담당자와 상담을 청했다. 상주해있던 담당자와 이야기 하면서 우리 가족의 계획,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낼지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2월 첫 주 월요일에 새로운 반이 시작된다고 해서
그 전까지 등록을 마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다행히 남편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상담을 이어갔고,
나는 옆에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분위기는 꽤 긍정적으로 흘러갔고, 약간의 딜을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유학원 없이 직접찾아갔기 때문에 혹시나 수수료대신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말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아이가 둘이니 2인 입학에 직접 모은 정보를 가지고 찾아왔으니 웃으면서 이야기라도 해보자하던 마음이 통했는지 담당자가 중간에서 말을 해보겠다고했다.

기대치를 조율하며
기대치를 조율하며 아이들이 어학원에서 뭔가 엄청나게 실력을 올리는 걸 기대하진 않았다.
하루 종일 우리와만 다니는 것보다,
현지 영어 환경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고 미리 말해뒀다.
겨울방학이라 한국 친구들도 많을 테고,
각국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이번 한 달은 특별해질 거라고.
3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영어 실력이 확 늘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너무 까다로운 부모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저 새로운 환경에서 즐겁게 지내고,
조금이라도 영어를 경험해보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원 담당자는 “호주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나라”라며 이야기해줬다.
중국계 호주인, 인도계 호주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서
다양한 억양과 스타일의 영어를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그 말이 조금 낯설게 들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오히려 그런 환경 속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게
아이들에게는 더 자연스럽고 열린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도 상담을 가려고 했으나 이곳이 만족스러웠기에 바로 등록하기로했다.시설도 나쁘지 않고 규모도 커서 아이들도 좋다고했다.
우여곡절끝에 어학원 등록이라는 큰 숙제를 마치고 나니
비로소 시드니에서의 생활이 조금은 안정된 기분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
그 안에서 길을 찾고 마음을 다잡는 과정도,
우리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성장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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