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도쿄 여행 마지막 하루를 후지산 아래 모토스코 캠핑으로 잡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적어 두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다녀온 이야기예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날이 흐려서 후지산은 보는 걸 포기했는데 다음 날 새벽에 구름이 걷히면서 나타났어요. 이 글은 거의 그 한 장면을 위한 글이에요.

10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중, 캠핑은 토요일(10월 3일) 하룻밤이었어요. 두 부부 네 명이 렌터카에 캠핑 짐을 싣고 도쿄에서 모토스코의 고안 캠핑장까지 갔어요.

모토스코 호수와 후지산 그림이 있는 안내판
캠핑장 근처에 있던 모토스코 안내판이에요. 이날은 구름이 많아서 그림 속 후지산만 볼 수 있었어요.

짐은 최소한으로, 큰 트렁크 하나에

캠핑 장비는 최소한의 용품만 추려서 큰 트렁크에 가득 채워 렌터카로 옮겼어요. 화로대는 일회용을 가져갔고요. 캠핑장으로 가기 전에는 마트에 들러 저녁과 먹을거리를 미리 장봤어요.

토요일 고속도로, 일본도 막혀요

토요일에 출발해서 그런지 일본 고속도로도 많이 막혔어요. 중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식사를 하고 다시 달렸는데, 그래서 도착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식당 이야기는 따로 정리할게요.)

토요일에 캠핑장으로 움직이실 계획이라면, 예상 소요 시간보다 훨씬 여유 있게 잡으시길 권해요.

오후 4시 도착, 선착순 자리 찾기

캠핑장에는 오후 4시쯤 도착했어요. 고안 캠핑장은 지정석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노지 같은 분위기였고,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빈 곳을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간판에 浩庵이라고 쓰인 고안 캠핑장의 건물
간판에 浩庵(고안)이라고 쓰여 있어요.
구름이 낮게 낀 날 위에서 내려다본 호숫가 캠핑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캠핑장이에요. 이미 많은 차와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캠핑장에는 안내소가 있었어요. 스무디와 여러 음식도 파는 매점 같은 곳이었어요. 시설을 보여 드리려고 사진을 찍어 두었어요.

스무디 포스터가 붙은 캠핑장 안내소 입구
스무디 포스터가 붙어 있던 안내소 앞이에요.
안내문과 결제 QR코드가 놓인 캠핑장 접수대 안쪽
접수대 안쪽이에요. 안내문과 결제용 QR코드가 놓여 있었어요.

결국 호수 바로 앞은 아니었지만 평평한 땅을 찾아 텐트 두 동을 쳤어요. 단점은 분명했어요. 개수대와 씻는 곳까지 걸어서 6분 이상 걸려서 오가기가 불편했거든요. 그래도 그 시간에 자리가 남아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숲 속에 타프를 친 캠핑장 풍경
캠핑장 분위기를 보여 드리려고 찍은 사진이에요. 다른 캠퍼분의 자리예요.
캠핑장 화장실의 세면대
화장실이에요.

씻는 곳으로는 화장실 옆 건물에 유료 샤워실이 따로 있었어요.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동안 얄미운 일도 있었어요. 저희가 눈여겨본 자리마다 다른 커플이 따라와서 자리를 맡아 놓고는 비켜 주지 않았어요. 다른 곳으로 옮겨도 또 따라왔고요. 선착순이다 보니 생기는 신경전이구나 싶었어요.

한 가지 더 신기했던 건, 물 앞쪽 자리는 경사가 심했다는 거예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주무실까 궁금했는데, 그래도 그 자리에 텐트를 친 분들이 있더라고요. 호수 가까운 자리가 욕심나더라도, 평평함과 수도 시설까지의 거리를 함께 따져 보시면 좋겠어요.

추운 밤, 껴입고 수다 떨기

밤에는 추웠어요. 가져간 경량 패딩을 껴입고 버텼어요. 두 부부가 둘러앉아 간단한 안주와 술을 먹으며 피로를 풀고, 이번 여정 이야기를 나눴어요. 일본까지 와서 후지산 앞에서 캠핑을 하게 되다니, 다들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 잠들었어요.

이날은 날이 흐려서 후지산이 보이지 않았어요. 솔직히 보는 건 포기한 상태였고요.

새벽, 구름이 걷히며 후지산이 나타났어요

다음 날 새벽, 후지산이 있을 방향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구름이 걷히면서 아침 해에 비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포기했던 만큼 더 벅찼어요.

캠핑장은 조용한 새벽이었어요. 그 순간을 느끼려고 다들 숨을 죽이고, 작은 소리로 감탄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어요. 큰 환호 대신 낮은 감탄이 퍼지던 그 새벽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분홍빛 아침 하늘 아래 구름이 걷힌 후지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구름이 걷히며 아침 햇빛을 받은 후지산이에요.
호숫가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
호숫가로 나가서 가만히 바라봤어요.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후지산과 사진을 찍는 사람
다들 조용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어요.
아침 구름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과 호수
조금 지난 아침 모습이에요. 구름이 다시 끼어도 후지산이 보였어요.

다녀와서 정리하는 점

  • 토요일 이동은 여유 있게. 고속도로가 막혀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 일찍 도착할수록 유리해요. 오후 4시에도 선착순 자리를 찾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자리는 호수 거리만 보지 마세요. 물 앞은 경사가 심하고, 평평한 자리는 수도 시설까지 6분 넘게 걸을 수 있어요.
  • 밤에는 껴입을 옷을 넉넉히. 경량 패딩이 요긴했어요.
  • 후지산은 기다려 볼 만해요. 저녁에 안 보여도 새벽에 나타날 수 있어요.

흐려서 포기했던 후지산이 새벽에 나타난 것만으로, 힘들게 달려온 하루가 다 보상받은 기분이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고속도로 중간에 들렀던 식당 이야기를 이어서 적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