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는 시간. 예전 같으면 그냥 집에서 밀린 집안일이나 했을 텐데, 요즘 저희 부부는 그 두어 시간을 붙잡아서 동네를 한 바퀴씩 돌아보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늘 지나치기만 했던 가게들을 하나씩 들어가 보는 거예요.

이날 남편과 둘이 걸어서 다녀온 곳이 용인 기흥구 마북동에 있는 '소올밤'입니다. 차 안 가져가도 되는 거리라 더 마음이 편했어요. 슬리퍼 신고 나가서 맥주 한 잔 하고 걸어서 돌아오는 저녁, 이게 생각보다 참 좋더라고요.

용인 구성역 소올밤 어두운 조명 아래 대리석 테이블 위 접시와 젓가락, 기본 스낵
▲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세팅. 짙은 회색 대리석 테이블에 기본 스낵 한 종지

📍 소올밤 위치 및 기본 정보

  • 상호: 소올밤 (요리주점)
  • 주소: 경기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54, 208호 (마북동 360-9)
  • 전화: 0507-1404-9286
  • 지하철: 구성역 2번 출구에서 도보 9분(약 531m), 기흥역에서 약 600m
  • 버스: '구성2교' 정류장 하차 후 도보 4분(약 209m)
  • 주차: 건물 지하주차장 1·3·5층 이용, 계산할 때 차량 번호 말하면 등록해 줍니다
  • 기타: 예약 가능, 단체 이용 가능, 무선 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 네이버 지도: 소올밤 플레이스 바로가기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이곳은 노키즈존입니다. 아이 동반은 어려우니 참고하세요. 저희처럼 아이들 없이 어른끼리 조용히 한잔하러 가는 자리에는 오히려 딱 맞는 조건이었습니다.


🌙 어두운 조명, 테이블 하나에 집중되는 분위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게 조명입니다. 전체적으로 실내가 상당히 어둡고, 대신 테이블 위로만 빛이 떨어지는 구조예요. 그래서 앉는 순간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에 앉은 사람과 테이블 위 음식에만 집중됩니다.

테이블은 짙은 회색 대리석 무늬 상판에 원목 의자. 접시는 무광 도자기에, 젓가락은 검정 바탕에 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것으로 맞춰 놓았더라고요. 소품 하나하나가 어두운 톤으로 통일돼 있어서, 음식이 나오면 접시만 환하게 떠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옆 테이블 소리가 크게 넘어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치 보일 만큼 조용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소음. 둘이서 오래 이야기하기 좋은 밀도였습니다.

용인 소올밤 오리온 생맥주 한 잔과 기본 스낵
▲ 첫 잔은 오키나와 오리온 생맥주. 거품이 곱게 올라와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일단 오리온 생맥주부터 한 잔. 오키나와 맥주를 생으로 파는 집이 동네에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가볍고 청량한 편이라 안주 맛을 안 덮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프레첼 스틱 한 종지가 은근히 손이 가서, 안주 나오기 전까지 이거랑 맥주로 버텼습니다.


📖 메뉴판이 재밌는 집 — 스타일이 하나로 안 묶여요

이 집의 제일 큰 매력은 메뉴 구성이 한 갈래로 안 묶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식 요리주점 같다가도 파스타가 나오고, 그러다 한우 스테이크가 있고, 또 옆엔 덮밥이 있어요. 메뉴판 넘기면서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데" 소리가 계속 나왔습니다.

메뉴 & 가격

  • 채끝스테이크 (한우 1+): 48,000원
  • 광어스테이크: 32,000원
  • 한우육회 (한우 1+): 28,000원
  • 갈릭크림쉬림프: 21,000원
  • 부라타샐러드 (제철과일): 19,000원
  • 명란버터파스타: 17,000원
  • 매콤바지락볶음: 17,000원
  • 시오콘부파스타: 16,000원
  • 닭목살꽈리고추덮밥: 16,000원
  • 모야시이따메: 14,000원
  • 리얼새우깡: 14,000원
  • 문어카르파치오: 13,000원
  • 옥수수크림치즈: 10,000원

낮에는 런치 메뉴도 따로 있습니다. 들깨파계장 11,000원, 버터비프카레 11,000원. 직접 만든 수제 카레라고 적혀 있어서 이건 다음에 점심으로 꼭 와 보려고 찍어뒀어요. (가격과 구성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해 주세요!)


😋 이날 시킨 것들

1. 모야시이따메 (14,000원) — 맥주 안주로 이만한 게 없어요

용인 소올밤 모야시이따메 - 숙주와 삼겹살 볶음에 아오노리를 뿌린 요리
▲ 모야시이따메. 숙주를 산처럼 쌓고 아오노리를 솔솔 뿌려 줍니다

모야시이따메는 이름 그대로 숙주 볶음인데, 사이사이에 불맛 입힌 삼겹살이 넉넉히 들어가 있습니다. 위에 아오노리(파래가루)를 뿌려 줘서 향이 확 살아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숙주가 안 죽었다는 점입니다. 센 불에 빠르게 볶아냈는지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고, 접시 바닥에 고인 간장 베이스 소스를 같이 떠먹으면 짭조름한 맛이 딱 맞습니다. 가격 대비 양도 넉넉해서, 둘이 맥주 한두 잔 할 거면 이거 하나로도 충분해요.

2. 옥돔튀김 — 이날의 진짜 발견

용인 소올밤 옥돔튀김 두 마리와 와사비 마요 소스
▲ 통째로 튀겨 나온 옥돔 두 마리. 옆에 와사비 얹은 마요 소스가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이날의 진짜 발견은 옥돔튀김이었습니다. 옥돔이라고 하면 보통 구이나 미역국으로 먹는 생선인데, 튀김으로 나오는 건 저도 처음이었어요.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몸통에 칼집을 서너 번 넣어서 속까지 잘 익도록 튀겨 나옵니다. 두 마리가 한 접시에 나란히 담겨 나오는데, 둘이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었어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도.

튀김옷이 얇아서 눅눅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칼집 넣은 자리를 벌리면 안쪽 살이 포슬포슬하게 결대로 떨어집니다. 옥돔 특유의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이 튀김으로도 그대로 살아 있어요. 같이 나오는 와사비 올린 마요 소스에 찍어 먹으면 기름진 맛이 싹 정리되고, 지느러미처럼 바싹 튀겨진 부분은 과자처럼 그냥 씹어 먹어도 됩니다. 맥주랑 조합이 진짜 좋았어요.

※ 옥돔튀김은 정규 메뉴판에 상시로 올라와 있는 메뉴는 아닌 것 같으니, 가셔서 그날 나가는지 한 번 여쭤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있으면 꼭 시켜보세요.


💳 경기지역화폐·제로페이 결제 가능

동네 가게를 다니면서 늘 확인하는 부분인데, 소올밤은 지역화폐(모바일형·카드형)와 제로페이, 간편결제가 모두 됩니다. 경기지역화폐는 충전할 때 인센티브가 붙으니, 이런 동네 가게에서 쓰면 체감 할인이 꽤 큽니다.


💡 가시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

  • 노키즈존입니다. 아이 동반은 안 되니 꼭 확인하세요.
  • 예약이 가능합니다. 자리가 아주 넓은 편은 아니라 주말 저녁이라면 미리 잡아두는 게 안전해요.
  • 주차는 건물 지하 1·3·5층. 계산할 때 차량 번호를 말하면 등록해 줍니다.
  • 구성역 2번 출구에서 도보 9분.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 양이 야박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둘이서 안주 두 개에 맥주를 곁들였는데 딱 알맞게 먹고 나왔어요. 가볍게 한잔이면 안주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 영업시간은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 방문 전에 전화로 한 번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낮에 가신다면 런치 메뉴(11,000원)가 가성비 좋습니다.

🍺 총평 — 부담 없이 한 잔 하기 좋은 동네 요리주점

거창하게 차려입고 가야 하는 곳도 아니고, 코스 요리를 시켜야 하는 곳도 아닙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에 안주 하나 놓고 앉아 있기 딱 좋은 곳이에요. 그런데 또 메뉴판을 보면 한우 채끝스테이크에 부라타 샐러드까지 있으니, 기념일에 제대로 시켜 먹기에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 폭이 넓다는 게 이 집의 진짜 강점 같아요.

무엇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집이 있다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는 두 시간, 남편이랑 둘이 나와서 어두운 조명 아래 마주 앉아 맥주 한 잔 하고 걸어서 돌아오는 저녁. 요즘 저희가 이렇게 동네를 하나씩 알아가는 중인데, 소올밤은 그중에서도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 뒀습니다.

다음엔 못 먹어본 명란버터파스타랑 문어카르파치오를 시켜볼 생각이에요. 아, 수제 버터비프카레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