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VIP 초대권을 받아서 제18회 뱅크아트페어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첫날은 VIP 초대객만 먼저 입장하는 프리뷰로 열리는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시간이 제일 재미있어요. 아직 벽이 다 채워져 있고, 사람에 밀리지 않고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18회 뱅크아트페어 수원 부스에 걸린 분홍 돼지 캐릭터 그림들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 뒷모습
전지예 작가님의 작품들. 마음이 가는 작품 앞에서는 결국 이렇게 오래 서 있게 됩니다

📌 제18회 뱅크아트페어 수원 요약 정보

  • 행사명: 제18회 뱅크아트페어 수원 (18th BANK ART FAIR SUWON)
  • 기간: 2026년 8월 6일(목) ~ 8월 9일(일)
  • 장소: 수원컨벤션센터
  • 첫날: VIP 초대권 소지자 우선 입장 (오후 2시 오픈)
  • 공식 홈페이지: bankartfair.com ➔
2026 뱅크아트페어 수원 부스배치도 안내판, 분홍 바탕에 갤러리 부스 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 입구에 붙은 부스 배치도. 국내 갤러리부터 베트남·싱가포르·미얀마·중국·발리까지, 부스 수만 봐도 규모가 짐작됩니다

🎟️ 첫날 VIP 프리뷰, 2시 오픈인데 3시에 갔더니

오픈은 오후 2시였고, 제가 도착한 건 3시쯤이었습니다. 한 시간 차이인데 벌써 팔린 작품들이 보이더라고요. 라벨에 붙은 빨간 스티커를 보면서 '아, 아트페어는 진짜 첫날 앞 시간이구나' 싶었습니다.

제18회 뱅크아트페어 수원 전시장 내부, 흰 부스 벽 사이로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있다
▲ VIP 프리뷰 시간인데도 이 정도 인파였던 전시장 모습

마음에 두고 온 작품이 있다면 다음 날 다시 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는 곳이에요. 전시가 아니라 마켓이니까요. 이게 미술관 전시와 아트페어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부스 벽에 걸린 흑백 판화풍 풍경 액자와 그 너머로 보이는 조각 작품 부스
▲ 부스 모서리를 돌 때마다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인물 형상의 조각 작품과 뒤편 부스에 걸린 파란색 조형 회화
▲ 킥보드를 탄 인물 조각. 통로에 이렇게 툭 놓인 작품들이 발길을 잡습니다

🖼️ 갤러리별 부스 구성 — 비슷한 작품 속에서 눈에 띄는 것들

각 갤러리가 부스를 하나씩 맡아서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걸어두는 구성입니다. 부스를 하나씩 돌면 갤러리마다 취향이 확실히 다른 게 보여서, 걷는 것만으로도 요즘 시장이 어떤 그림을 밀고 있는지 감이 옵니다.

노란색과 붉은색 배경의 인물화 여러 점이 벽에 걸린 최애리 작가 부스
▲ 한 작가의 작품을 벽 하나에 모아 거니까 그 사람의 세계가 통째로 보입니다
한지 질감으로 표현한 케이크와 옷장 그림들이 나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다
▲ 가까이 가야 재료가 보이는 작품들. 사진으로는 절대 안 담기는 질감이에요
검은 고양이와 초록 식물이 가득한 그림들이 걸린 갤러리 路 부스
▲ 고양이와 식물로 채운 화면. 이런 부스는 멀리서도 '아 저기다' 하고 알아봅니다
원형 부조 작품과 해바라기 그림, 색색의 부조 회화가 걸린 부스 코너
▲ 원형 캔버스, 부조, 해바라기 정물이 한 코너에 나란히

솔직하게 말하면 비슷비슷한 작품도 꽤 많았습니다. 잘 팔리는 결이 있으니 그 근처로 모이는 거겠죠. 장식적인 표현에만 기대고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았고요. 그런데 그 사이에서 개성이 확실한 작품은 확실히 눈에 띕니다. 오히려 비슷한 게 많아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면도 있어요.

두껍게 올린 물감 질감의 꽃 그림 세 점이 걸린 윤선영 작가 부스
▲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린 꽃. 옆에서 보면 표면이 완전히 입체입니다
초점이 흐려진 초록 나뭇잎을 그린 캔버스 네 점이 걸린 한상은 작가 부스
▲ 초록 잎사귀가 흔들리는 순간을 흐릿하게 붙잡아 둔 화면. 오래 서 있게 되더라고요
원형 캔버스와 사각 캔버스에 그려진 파란 톤의 추상적인 군중 그림
▲ 횡단보도의 사람들을 색 덩어리로 풀어낸 연작. 이런 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오리 인형 오브제와 구름 위 배를 탄 인물을 그린 액자 작품들이 걸린 부스
▲ 액자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쓴 구성. 벽에 걸었을 때 그림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아, 아까 그 부스 그 그림' 하고 저절로 기억나는 작품이 몇 점 남습니다. 저는 그게 좋은 작품을 고르는 제일 정직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큰 돼지 그림 한 점과 그 아래 정사각형 소품 그림 네 점이 나란히 걸린 벽
▲ 큰 작품 하나 + 소품 여러 점. 아트페어 부스의 아주 전형적이고 영리한 구성입니다

💰 소품은 15만 원 정도부터 — 아트프린트 대신 원화 한 점

이 페어의 가장 큰 매력은 소품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마다 값이 다 다르지만 작은 소품은 15만 원 정도부터 시작해서, 그림 사는 걸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부담 없이 첫 작품을 들일 수 있는 정도예요.

김밥과 음식을 두꺼운 붓질로 그린 크고 작은 그림들이 벽 가득 걸려 있다
▲ 김밥을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싶었던 벽

저는 이걸 '아트프린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인테리어용 프린트 액자 하나 사는 값에 조금만 보태면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가 내 공간에 걸리는 거니까요. 벽에 걸었을 때 화면이 주는 밀도가 아예 다릅니다.

다만 그림 그리는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기도 했어요. 재료값에, 작가님이 그 앞에 앉아 있었을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이 가격대는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는 값입니다. 작품을 판다기보다 '내 그림을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하고 알리는 홍보 수단에 가까운 가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는 사람에게는 고맙고 좋은 기회지만, 그래서 더 값을 깎을 마음은 안 들더라고요.


✅ 정리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첫 원화를 들이고 싶은 분: 15만 원 정도부터 시작하는 소품이 많아서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 집에 걸 그림을 찾는 분: 프린트 액자 대신 원화를 고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리예요.
  • 여러 갤러리를 한 번에 비교하고 싶은 분: 부스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요즘 흐름이 보입니다.
  • 마음에 드는 작품을 놓치기 싫은 분: 가능하면 앞 날짜, 오픈 직후에 가세요. 첫날 한 시간 늦게 갔더니 이미 팔린 작품이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감상을 기대하고 가면 아쉬울 수 있지만,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정말 추천할 만한 아트마켓입니다. 8월 9일(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니, 주말에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가보세요. 저는 이번엔 눈으로만 담아 왔는데, 다음엔 벽 사이즈를 재서 가려고요. 🎨